인천 부평경찰서 동암지구대 순경 김 도 현
자동차의 전면에 부착된 전조등은 먼 곳을 비추기 위한 상향등, 가까운 곳을 비추기 위한 하향등으로 구성되어있다. 자동차를 운행할 때 전조등은 하향등을 켜고 다니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는 앞차 그리고 반대 방향에서 오는 차량 운전자의 시야를 배려하기 위한 일종의 운전 ‘매너’이다.
도로교통법 제37조(차의 등화) 2항에는 "모든 차의 운전자는 밤에 차가 서로 마주보고 진행하거나 앞차의 바로 뒤를 따라가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등화의 밝기를 줄이거나 잠시 등화를 끄는 등의 필요한 조작을 하여야 한다"라고 상향등에 관하여 명시되어 있다.
특히, 20조 2항에는 "모든 차의 운전자는 교통이 빈번한 곳에서 운행할 때에는 전조등 불빛의 방향을 계속 아래로 유지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쉽게 말해, 교통량이 많은 고속도로나 도심에서는 상향등보다는 하향등을 켜고 주행하여 앞차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 ‘매너운전’을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매너’없는 몇몇 운전자들이다.
운전면허취득 간소화로 인한 전조등 조작 미숙, 짙은 전면 선팅, 혹은 본인의 시야확보를 위한 이기심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상향등 주행은 앞차 운전자의 시야를 잠시 멀게 만들어 장애물을 제대로 보지 못하게 하거나 중앙선을 넘어 치명적 사고로 이어지게 할 수도 있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상향등 불빛에 직접 노출된 운전자가 정상 시력을 찾는 데 평균 3.23초가 걸린다고 한다. 일반 전조등 불빛보다 훨씬 밝은 불법 개조 고광도 전구(HID)에 노출되면 시력 회복에 4.44초가 필요하니, 약 100ｍ 가까운 거리를 눈을 감고 운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상향등 남발은 그 순간의 사고는 피해 가더라도 다른 운전자에게 큰 스트레스와 불편을 안겨준다. 지난달 2일 충북 옥천경찰서에서는 고속도로에서 뒤따라오는 차량이 상향등을 켰다는 이유로 차량을 들이받는 등 보복운전을 한 혐의로 47살 송 모 씨를 불구속 입건하였다.
서울지방경찰청이 지난 2∼5월 실시한 난폭·보복 운전자 집중 단속에 적발된 운전자의 27.3%가 다른 차의 상향등이나 경적 때문에 보복운전을 한 것으로 나타났으니 상향등 주행을 가볍게 생각할 수 없다.
상향등을 켜면 자동차 계기판에 짙은 파란색 지시등이 켜진다. 잘못 사용하면 그만큼 위험하다는 경고지만, 신경 쓰는 운전자는 별로 없다. 자신이 상향등을 켰는지조차 모르는 운전자도 적지 않다. 상향등 남용과 불법 개조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은 배려가 실종된 한국의 운전문화 탓이 크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으며, 여기에 자동차 튜닝 바람이 불면서 정품 전조등보다 훨씬 눈부신 전구를 장착하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개인이 간단한 조작으로 아예 하향등 각도를 높이는 경우도 있다.
상향등을 켜고 운전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한적한 시골길이나 차량의 통행이 뜸한 길에서는 상향등을 켜고 달리는 것이 오히려 안전을 위해 바람직하다.
운전자들이 도로교통법을 모두 숙지하고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상대방 차량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는 행동을 안하는 것 만으로도 대부분의 도로교통법을 준수하는 것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