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마산중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계장 경감 최 지 철
수없이 울리는 전화벨 중에서도 왠지 마음이 쓰이는 벨소리가 있다. 내 예감은 대체로 적중하는 편이다. 이제 적응이 될 법도 한데, 가정폭력으로 위기에 몰린 다급한 목소리를 듣는 순간 어김없이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사건을 접하게 되면 나는 자녀들이 현장에 있었는지를 꼭 확인한다. 실제 매 맞는 사람 못지않게 어린 아이들이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폭력이 계속되는 숨 쉴 수 없는 공포 속에서 아이들은 매 맞는 가족을 고스란히 목격하게 되고, 때로는 자신이 직접적인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가정폭력 업무를 담당하면서 느끼는 점은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폭력에 노출된 자녀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러한 공포 속에서 어린 아이들이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많지 않다. 폭력적인 부모와 맞서는 것도, 부모를 경찰에 신고하는 것도 말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다. 경찰이 가정폭력 사건에 개입하고 있지만, 당사자 사이에서는 가정 내 문제로,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인식이 여전하다. 이웃들 또한 남의 가정사로만 치부해버리며 쉬쉬한다. 하지만 비극적이게도 결국 폭력은 습관이 되어 쉽게 고쳐지지 않고, 재발되는 경우가 많다.
무서운 세상일수록 가정은 단단하게 지켜져야 한다. 가정은 아이들을 세상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어야 하고 고단한 마음을 가족들과 나눌 수도 있어야 한다. 마지막까지 제일 안전하게 지켜져야 할 ‘가정’이라는 요새에서만큼은 어린아이들이 두려움에 떨어서는 안 된다.
안으로 숨기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남편에게 맞은 어머니가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는 동안, 주변 이웃이 신고를 망설이는 동안, 공포 속에 떨고 있을 우리 아이들을 떠올려보는 ‘착한 오지랖’이 펼쳐지길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