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출근길 보다 빨리 도착하네요” 오전 8시 30분. 다산신도시에서 출발하는 버스에 올라탄 G씨(남, 40대)는 세종시에 위치한 국토부에 도착한 시간을 보며 깜짝 놀라며 말한다. “강남 논현동까지 평소 출근시간이 2시간 정도인데 세종시에 더 빨리 도착했다며, 가능하다면 세종으로 출근 하는 게 더 나아 보인다”며 멋쩍은 미소를 보였다.
“언론에서 접한 집회 분위기랑은 다르다. 마치 축제에 참여한 기분이 들어요”
초겨울 싸늘한 날씨에도 국토부를 향하는 버스에서 만난 B씨(여, 30대)는 출발 안내방송이 나오자 즐거운 미소를 띠며 집회에 참가한 이유를 밝혔다. “출, 퇴근에 지친 남편을 보기가 안쓰럽고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 있는 삶을 누리고 싶어서 집회에 참가했다. 다산에서 진행하는 시위는 축제처럼 즐거운 분위기라고 들어서 기대가 된다 ” 긴장 속에 설레는 마음을 표현했다.
남양주 다산신도시 총연합회(이하, 다산총연)가 지난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남양주 교통대책 촉구 및 택지지구철회’를 위한 국토교통부 규탄 집회를 개최했다.
다산총연은 코로나 방역수칙을 준수하기 위해 집회 참가자를 49명으로 제한하며, 참석자마다 발열체크와 백신패스를 확인하는 등 안전을 최우선에 둔 집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도 차분하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추가 교통대책 없는 신규택지 반대 ▲서울-남양주 대심도 고속화도로 신설 ▲6호선 4차 국가철도망 본계획 편입 ▲9호선 추가 역사 신설 ▲ 수석대교 6차선 확장 등을 외치며 자신들의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하며, 국토부와 LH의 탁상행정을 비난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외 자유발언을 통해 각자의 입장을 공유하며, 신도시가 나아가야 할 바른 방안에 대해 공론화하는 모습을 보여 보는 이의 눈길을 끌었다.
집회 참가자 J씨(남, 50대)는 자유발언을 통해 드라마 ‘응답하라 1998’을 빗대어 다산신도시에 거주하기에 새내기 대학 자녀를 신촌으로 하숙하는 안타까운 사연을 언급하며 “우리 가족은 교통대책이 전무한 다산신도시에 거주하는 이유만으로 주말부부가 아닌 주말가정을 이루고 있다”며 ‘1998년에서 20년이 지난 지금도 신도시의 사정은 조금도 나아진 게 없다“며 강력하게 국토부를 규탄했다.
이외에도 집회 참가자는 직장과 가정을 뒤로하고 세종시까지 와서 목소리를 높이는 현 상황에 대해 울분을 토하며, ‘책임을 다하지 못한 지역 정치인들은 어디에 계시냐’며,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정치인과 남양주시에 대해 강한 울분을 토했다.
집회를 바라보는 이해관계자들의 상반된 시선
지나가는 이해관계자들의 반응도 각양각색이었다.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사진을 찍거나 박수를 치는 모습도 종종 보였으며, 다른 곳에서 집회를 진행하는 단체에서 함께하자며 북과 꽹과리 같은 시위도구를 지원하면서 같이 국토부 규탄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반면 부정적인 시각도 없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로 보이는 대부분은 관심을 두지 않는 모습으로 일관했으며 몇몇은 참가자들을 향해 귀를 막는 모습을 보였고, 30대로 보이는 여성들은 기자가 인터뷰를 요청하자 신경질적인 반응으로 자리를 뜨며, 의도적으로 대형 현수막을 밟고 지나가는 모습을 보여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국토부는 3기 신도시 최대 물량인 6만 8천 호를 남양주 왕숙지구에 배정했으며, 최근 서울 노원구 주민의 반발로 축소된 태릉골프장의 대체지라고 밝히며 남양주 진건 7천 호 신규 공공택지를 발표했다.
하지만 택지발표 당시 함께 발표해야 할 교통대책을 생략하는 등 형평성에 맞지 않는 행정으로 남양주 시민들은 정부의 ‘선교통 후개발’ 이라는 3기 신도시 대 전제를 이행하라며 추가 교통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남양주 시민들이 국토부를 향해 날을 세우는 이유는 또 있다. 정부가 발표한 3기 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을 비교해도 6만 8천 호가 계획된 남양주 왕숙 광역교통 분담금은 고양창릉(3만 8천 호)와 하남교산(3만 2천 호)과 비교해도 낮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책정된 것이다.
이에 더해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서 고양시는 5개 노선이 본사업에, 2개 노선이 추가검토사업에 포함되는 등 7개의 건의 노선이 모두 반영됐지만 남양주는 9호선 연장안(강동-남양주선) 하나만 본사업에 포함되고, 6호선 남양주 연장 탈락하자 수도권 동북부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집회를 진행한 다산총연 황의상 부회장은 “코로나로 인해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다양한 퍼포먼스 등을 선보이며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집회시위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며 “국토부가 남양주 시민의 말에 귀를 기울여 이번 집회가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며, 정부와 국토부 관계자들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번 집회를 주최한 다산총연은 집회 종료 후 국토교통부, LH 실무자들과 남양주시 교통문제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에서 다산총연은 "남양주시와 다산신도시의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6호선의 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 본사업 편입, 9호선 추가역사 신설, 서울-남양주 대심도 고속화도로 신설 등 획기적인 교통대책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남양주시가 배드타운을 벗어나기 위해 ‘왕숙지구 기업 유치계획 수립과 기존 신도시와 연계한 상생의 개발계획 수립’등 성공적인 왕숙지구 안착과 남양주시 발전을 위한 의견도 국토부에 전달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수도권 동북부와 남양주시의 교통문제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며, 3기 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을 빠르게 추진하고, 추가 교통대책도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주민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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