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겨울이 정말 싫다고 한다.
연료비 걱정. 땟거리 걱정. 온갖 걱정이 난무하는 가운데 역시 겨울하면 난방비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고유가시대에 연료비는 계속 오르기만 하고 경제적 사정이 안좋은 서민들은 조금이라도 줄여보려고 두터운 옷을 껴입고 웅크린 채 겨울을 나고 있는 실정들이다.
오늘 오후경 뉴스외엔 좀처럼 TV를 잘보지 않는데 우연히 한프로그램이 눈에 들어왔다 섬지방에 사는 나어린 형제들의 사연을 담은 다큐였다 걸어서 학교까지 1시간이 걸린다는 섬지방에 사는 형제는 부모의 이혼과 가출로 인해 연로하신 조부모와 함께 살고 있었다.
꾸밈없는 그러나 보기에 애처로운 형제의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어느샌가 눈물이 핑돌기도 했다. 그 흔하디 흔한 과자를 먹어본게 5개월전이라 했다. 마땅한 군것질이 없어 늘상 배고픈 아이들은 쑥을 캐어 내다파는 할머니가 끓여주는 쑥국이 싫어 때를 쓰기도 했다.
집나간 아버지를 찾을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컴퓨터를 사용하고 싶어도 가난한 집안형편으로 컴퓨터는 감히 꿈도 못꿀 형편이었고 겨울한파에도 오래된 보일러마저 녹슬고 고장나있어 차가운 물로 씻는것은 예사이고 전기장판 하나에 가족모두가 꼭 끌어않고 자는 형편이었다.
그러자 이같은 사연을 전해들은 도시의 자원봉사자들이 어느날 섬을 찾아 형제의 숙원인 컴퓨터를 설치해주었고 또한 녹슬어 언제인지 모를 멈춰서있는 보일러를 새것으로 교체해주었으며 또 한 따뜻하게 겨울을 날수있도록 집수리해주자 가족의 얼굴은 행복으로 가득차 있었다.
도심외곽으로 이사와 처음맞는 겨울은 예전에 살던곳과는 너무나 달랐다. 아무리 문풍지를 바르고 보온처리를 해보았지만 외딴곳에 위치한 구옥은 마냥 춥기만 하였다. 그리고 필자를 깜짝 깜짝 놀라게 하는건 기온따라 마냥 가동되는 보일러 소리였다.
가구수가 몇집안돼 도시가스가 들어오지못해 어쩔수없이 난방유를 때고있는데 고유가시대에 기름값은 감히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1드럼에 22만원이내로 그나마 그것도 아껴써야 간신히 한달을 쓸수있었다. 따라서 고육지책으로 내복착용과 취침땐 전기장판 사용을 하고 지내는 실정이다.
그런데 취침자리에 누워 문득 아내가 틀어놓은 프로그램를 우연히 보다 순간 나도 모르게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동안 꽤 유익한 프로였다 생각했었는데 오늘 방송분은 너무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산타복장의 연예인들이 나와 어떤 주제를 수행중이었는데 그 대상이 문제였다.
서민들이 바라보기에 중산층(?)이라 할수있는 아파트를 찾아 실내에서 가족모두 내의를 입고 있는지가 주제였고 결국 몇차례 아파트를 방문 끝에 가족모두 내의를 착용한 집을 찾아내자 MC들은 상금까지 주며 내의착용시 연료를 아낄수있다는 켐페인을 외치며 막을 내렸었다.
보일러가 고장나고 기름이 없어 찬물로 세수하고 내의착용은 기본인 서민들의 삶이 곳곳에 있는데 반해 실내에서 반팔로 지내도 추위를 못느끼는 아파트를 찾아 실내온도를 줄이고 내의를 입으라며 내의를 선물로 주는 그러한 프로그램에서 과연 서민들이 무엇을 느꼈을지 궁금하다.
차라리 서민들의 가정을 찾아 내의 한벌이라도 더 건네주고 치솟는 유류비 걱정에 냉골에서 자야하는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 가장들에 상금을 전달하는게 더 낳지 않았을까 공영프로그램마저 이제는 주제나 그대상을 빈익빈 부익부로 나누고 있는 현실에 그저 서글플 따름이다.
손준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