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참패했다. 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뛰어넘는 보수의 몰락이었다. 그야말로 대통령 임기 한복판에 불어닥친 정권심판론이 정치공학을 집어삼켰다. 이제 윤석열 대통령은 남은 임기동안 여소·야대 구도 속에 갇혀버린 식물정부나 다름없다.
이렇게 민심 이반의 결과로 이어진 집권여당의 처참한 패배보다 더 큰 충격은 보수의 위기이다. 문재인 좌파 정부 5년 동안 진영 대결의 편가르기를 비판하며 들어섰던 윤석열 정부였다. 그런데 정작 자신이 집권하자 문재인 정부 이상으로 진영을 갈라치기 하는 국정 운영을 해왔다. 대표적으로 자신을 당선시키고 지방선거 압승으로 주도했던 이준석 전 대표의 축출이었다. 이것은 단순히 한 정치인의 문제가 아니었다. 자신을 따르는 것에 대한 맹신, 다름을 적대시하는 혐오정치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전국시대의 철학자 맹자는 “칼과 정치는 다름이 없으며 서로 존중에서 출발해야 한다” 고 했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국민의 솔직한 심정은 표를 주고 싶어도 줄 곳이 없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고물가 시대에 자영업자들은 IMF 당시보다 더 힘들다며 울부짖어도 정치인 들은 국가의 장래, 국민의 삶을 돌보는 데는 관심이 없고 오직 다름의 정치에서 자기 이익에만 충실했다.
이런 정치인들에게 누가 표를 주고 싶겠는가. 이런 정치혐오는 정치와 현실에 대한 외면을 낳고, 솔직히 표 찍으러 갈 일도 없으니 주권자의 민의가 제대로 반영될리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선거 결과는 또 1번, 2번 묻지마 투표 그들이었다. 정작 낡은정치 청산, 선진화된 새로운 정치를 염원하면서도 막상 투표장에 가면 어떤 후보보다 기존 정당에 맹목적인 지지이다. 망국적인 지역주의와 같이 우리말고는 모두 적이라고 상정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라가 어떻게 되든 남북 분단시대의 산물이기도 한 지역주의 망령이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과 혐오정치 환경에서 제대로 된 선택권을 상실한 유권자조차 다른 생각, 다른 의견을 존중하는 이성적인 판단보다 오랜 세월 관행적으로 이어온 감정적인 투표에 치우친 결과물이다. 전통보수의 가치를 확립하면서 합리적인 중도를 융합하며 미래정당으로 기대를 모았던 개혁신당이 어느 곳에도 설 자리가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필자 역시 정치 신인으로 이 부분에서 호된 신고식으로 좌절감을 감내해야했다. 청년 시절 봉사활동을 계기로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미래세대와 정치개혁 그리고 보수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30년 가까이 국민의힘 역사와 함께 했다. 그러나 작년 12월 당시 법무부장관이던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보수정치의 정체성 위기를 직감하게 되었으며, 이준석 전 대표가 창당한 개혁신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결과론적이기는 하지만 22대 총선에서 젊음의 도시인 동탄에서 이준석 대표만이 기적적으로 생환하고, 다른 모든 지역 후보들은 처참한 득표율을 획득했으나 의미있는 도전이었다고 자평한다. 지난 대통령선거에 이어 국민에게 사표론과 맞물리면서 차악을 선택하도록 강제한 결과였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번 선거를 통해 한 진영의 일방적인 승리가 아닌 상황으로 끝이 나면서 좌와 우, 또는 진보와 보수간의 극한 갈등은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양 진영의 갈등 속에 서로에 대한 증오와 분노가 들끓고 있다. 군사독재 시절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처럼 서로를 원수처럼 여기고 미워하며 상대만 생각해도 화가 치미는 원인은 어디에서 왔으며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수레바퀴 같은 역사적 반복 속에서 우리 국민들은 진정 얻는 것이 무엇인가? 증오와 분노의 감정 해소가 대한민국 미래보다 더 중요한 국가적 현안인가? 백번 양보해서 진보가 바라는 것은 윤석열 김건희가, 보수가 바라는 것은 이재명과 조국이 수의복을 입고 수갑을 찬 모습을 보면 상대에 대한 증오와 분노가 사라질까? 가장 좋은 방법은 네 사람을 모두 감옥에 보내면 만족할까? 아니면 우리 편은 안된다고 할 것인가?
이 모든 정치의 총론은 결국 증오정치로 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 그래서 대한민국 집단지성을 통해 당면한 위기를 풀어가야 할 위급한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런데 상황이 녹록지 않다. 한때 국민의힘을 수렁에서 건질 구세주처럼 여겨졌던 한 전 위원장은 패장이 돼 물러났다. 그렇다고 그를 대신할 리더를 찾기 어려운 대안 부재의 상황이 국민의힘이 처한 현실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국민의힘이 수도권에서 완패하는 가운데서도 ‘비윤’이라는 이유로 변방으로 내몰려왔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같은 인물들은 생환을 했다는 사실이다. 유권자들은 누가 윤 대통령에게 입바른 소리를 해왔고 그래서 주변으로 내몰렸던가를 제대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덧붙여서 국민의힘이 2026년의 지방선거와 2027년의 대통령선거에서 재기할 생각을 한다면 수도권 민심을 바로미터로 삼아 민심에 맞춘 혁신적인 당의 체질을 모색하는 길밖에 없다.
여기에 가장 최적화된 인물이 이준석 전 대표임을 단언한다, 그는 이미 거대 집권당인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놀라운 기적을 일궈낸 검증된 젊은 정치인이다. 한때 정치는 그를 외면했지만 시대는 그를 다시 부르는 이유이다. 그와 또 다른 동행을 통해 민심에 순응하는 정치를 하면 된다. 민심이 윤 대통령을 심판했는데 다시 윤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을 당의 얼굴로 내세우는 것은 민심을 거부하는 일임은 자명하다. 그 누구도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특히 보수 우파 정치에 대한 지지층의 구조와 질을 변화시키는 일도 보수가 다시 태어나기 위한 중요한 숙제다. 그것을 되찾는 유일한 인물도 이준석이다. 물론 길을 잃은 보수가 다시 제 길을 찾을 때까지 불가피하게 진통이 뒤따를 것이다. 그것을 두려워하거나 피할 일도 아니다. 그 과정을 거쳐서 어떻게든 보수정치가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모습의 재탄생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러한 이유로 이준석과 함께하는 개혁신당을 신뢰한다. 분명 개혁신당이 진영 간, 세대 간, 계층 간, 극한 갈등을 해소하고 한국 정치에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다음세대를 위한 패러다임의 정치 가능성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2024년 5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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