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서부경찰서 장유지구대 순경 이 동 화
추석이 되면 온 가족이 모여앉아 화기애애하게 입시나 취업 이야기로 서로를 지지고 볶다가 가정폭력을 일으켜 경찰관서로 끌려오는 경우를 많이 봤다. 원래 친하고 가까운 사람에게서 입은 상처는 쌩판 남에게 입은 상처보다 더 고통이 크다.
추석 명절이 되면 입시나 취업 이야기는 자제하는 편이 좋다. 그 사람의 마음속에 남아있는 상처를 건드릴 수가 있기 때문이다. 수능 비관, 공무원 시험 불합격 비관으로 자살하는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가 매달 뉴스에 나온다. 공부를 잘했든 못했든 시험과 관련된 상처는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입시와 취업이라는 단어 속에는 무서운 의미가 숨어 있다. “경쟁과 약육강식” 이다.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이라는 용어는 19세기의 사회학자인 허버트 스펜서에 의해 만들어졌다가 제국주의 시대와 독일 나치스를 거쳐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이 용어는 진화론이라는 과학의 틀을 쓰고 등장했지만 심각한 결함을 가지고 있었으며 현대 진화론에서도 폐기된 용어이다. 이걸 국가적인 신조로 내세운 많은 국가를 멸망으로 몰아넣었다.
약육강식이라는 단어를 듣기만 해도 사람의 뇌파 안에서는 믿음, 혁신, 창의성, 융통성을 담당하는 부위가 마비된다. 대신 수치심과 피해의식을 담당하는 부위가 활성화된다.
약육강식을 가장 극단적으로 내세우는 집단은 미국 변호사집단이다. 법정은 원래 한 번의 판결을 통해 승리와 패배가 명확하게 나눠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특성이 변호사들의 우울증과 자살률을 일반인의 4배까지 올리기도 했다.
“직업적 훈련을 받으면서 자신을 사살하는 능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크레이그 브라이언, 타임지 인터뷰 중에서
약육강식이나 적자생존이라는 단어는 사실은 비과학적인 용어이다. 자연계에서 가장 약한 인간이 지구를 지배할 수 있었던 이유는 힘 때문이 아니다. 인간만이 가진 “공감능력” 때문이었다. 언어와 몸짓으로 서로의 감정에 공감하고 위로하는 능력. 바로 그 능력이 인간에게 집단과 사회와 국가를 이루고 창의적인 과학기술을 만드는 능력을 주었다.
남과의 비교보다는 스스로 온 마음을 다하는 삶을 살고, 항상 타인과의 연결,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삶의 방식을 추구한다면 역설적으로 생존할 확률, 경쟁에서 승리할 확률도 같이 높아진다.
“나와 나의 부하들은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굳게 뭉쳐있소”
-칭기즈칸
“승리는 노력과 사랑에 의해서만 이뤄진다.”
-나폴레옹
입시나 취업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친척을 보면 조롱하거나 비난하지 말고 고통을 감싸주려 노력하는 편이 좋다. 그것은 친척을 위로해주는 동시에 자기 자신의 트라우마도 치유하는 길이다. 입시나 취업 준비로 아팠던 자신의 과거 기억을 더듬어서 꺼내고, 나도 시험에서 떨어질까봐 두렵고 무서웠다고 말해준다면 친척도 자신도 치유받을 수 있다.
비단 한가위의 취업 스트레스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가능하면 모든 사람에게 아래와 같은 메시지를 주려고 노력한다면 스스로의 행복도, 타인과의 관계도, 나아가서는 자신이 처해있는 현실문제도 개선할 수 있다.
“당신의 어려움은 나의 어려움입니다. 당신의 트라우마는 나의 트라우마입니다. 당신의 치유가 나의 치유입니다.”
